소냐 나자리오, 하 정임 역.
단지 표지에 "퓰리처상 수상"이 빨간 마크로 멋들어지게 적혀있다는 이유로, "사선을 넘나드는 한 소년의 122일 생생한 기록"이라는 어찌보면 흥미진진한 내용의 짤막한 글이 제목 밑에 굵은 글씨로 있다는 그 이유만으로 이 책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저의 실수였습니다. 가볍게 헤헤거리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잠시 삶의 여유를 가지려고 잡은 책에서 저는 깊은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엔리케라는 소년이 온두라스에서 과테말라 맥시코를 거쳐 어머니가 먼저 떠난 미국으로 어머니를 온갖 고생을 하며 찾으러 가는 비교적 식상한, 엄마찾아 삼만리에서 볼 수 있었던 그런 이야기였지만, 저자인 소냐 나자리오의 6년간의 취재와 조사를 통한 무척이나 생생한 묘사, 그리고 이 엔리케의 여정이 소냐 나자리오가 잘 지어낸 픽션이 아닌 논 픽션이라는 사실이 저에게는 큰 죄책감과 슬픔을 안겨주었습니다.
엔리케의 어머니가 엔리케가 어렸을때 떠났다는 것, 사람에 대한 불신과 미움은 더더욱 커졌다는 것보다 더욱 저를 괴롭게 했던 사실은 미국을 향한 상상도 못할 괴로운 여정이 끝난 후에도, 이미 어릴 때 부터 비뚤어져있던 엔리케는 거의 변하지 못했으며, 그토록 그리워했던 어머니와 살면서도 가난과 불법이주민이라는 가혹하고 슬픈 현실에 부딛히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비참한 현실. 결국 자신의 어머니와 같이, 자신의 아이를 친척집에 맡기고 아이의 어머니인 여자친구를 미국으로 오게까지 만드는 악순환으로 작가는 이 이야기를 마무리했습니다.
비참했습니다. 이 책의 내용이 현실이라는 것에 대해서, 이 책의 인물이 현실이라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불평불만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비참했으며 슬펐습니다.
이 책에는 어떠한 새로운 철학이 담겨져 있지 않습니다. 배울만한 점이 담겨있지도 않습니다. 그 흔한 시니컬한 유머 한조각도 들어있지 않습니다.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오는 것을 생생히 묘사한, 비참한 현실의 책입니다. 그렇지만 이 책을 통하여, 제 삶과 그들의 삶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 삶에 대한 감사를 할 수있게 되었고, 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너무나도 흔하게 볼 수 있는 불법 이민자들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으며, 약간은 그들을 배려 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사실성을 더하기 위해서라지만 약간의 과도한 묘사와 중간중간 다른 이민자의 이야기가 섞여있어 이야기 몰입도가 약간은 떨어지고 다른 여러 철학이 담긴 작품에 비해 많은 것을 배우고 얻을 수는 없지만, 자기 자신과 부족한 이들을 이해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책입니다. 한번 쯤 읽어보셔도 좋은 작품이라 사료됩니다.
2000년 3월 2일, 외할머니 아구에다의 집으로 향했다. 그는 11년 전 엄가가 떠났던 바로 그 현관 앞에 서 있었다.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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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출처: 다음책검색(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9788995574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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